안드로이드는…인간은…그래서...어떻게 되었습니까? (박관우의 〈커버넌트〉 에 관하여)
글 이승아 (독립 큐레이터)
인공지능 시대로 들어서면서 인간은 지성을 기계와 공유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인간이 개발한 기술로 탄생한 인공지능은 인간보다 훨씬 더 집중하며 지치지 않고 쉼없이 계산하고, 움직이며 심지어 예술의 창작영역에도 진입했다. 이러한 인공지능은 컴퓨터와 상호연계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빅데이터와 딥 러닝 기술을 포함하며 인간의 감성을 따라가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앞서는 상황이 된다면 혹은 인간의 감정과 인간 고유의 사유 능력을 갖게 된다면 과연 인간의 존재와 정체성은 지켜질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이 지속된다.
박관우는 인간의 자의식과 정체성의 경계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사진, 영상,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탐구해왔다. 인간과 비인간에 대한 경계에 대한 논의와 더불어 인간만 할 수 있다고 믿었던 ‘사고’가 점점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는 현대사회를 우리는 살고 있다. 앨런 튜링의 이미테이션 게임을 재구성한 퍼포먼스 〈안드로이드는 춤추고 싶은 기분을 느끼는가?〉를 통해 그는 인간의 전유물인 ‘감정’을 새롭게 조명한다. 이렇듯 오래된 관념들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되는 그의 작품에서는 일상적인 사실이나 현상을 다시 보고 경험하게 되는 지점 혹은 특별한 상황이 연출되며 관객 혹은 퍼포머는 그가 만들어 놓은 시-공간내의 특별한 경험을 통해 오래된 관념들이나 일상의 선입견들을 전복시키는 여러 실험적 장치의 한 부분으로 동참하게 된다.
〈커버넌트 1 (그래서... 어떻게 되었습니까?)〉는 그의 이전 작품들에 비해 조금 더 인간의 실체에 대한 연구에 가깝다.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인하여 기술에 대한 무의식적이고 맹목적인 믿음으로 보여지는 오늘날의 ‘현상’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된 이 작품은 마치 ‘믿음’, ‘약속’을 담보로 하는 종교와 같은 맥락의 연속선상에서 설명된다. 물리적 실체를 필요로 하지 않는 미래의 메타버스로 이어지는 초-연결사회에 대한 작가의 고민과 그 안에서 삶의 주체인 인간의 정체성, 그리고 물리적인 실존에 대한 그의 끊임없는 질문들은 신-믿음-인간-제물 등의 키워드로 연결되며 문명의 주체이자 제물(담보)가 되는 인간의 형상으로 전시공간에 놓여져 있다.
전시장 내부는 오렌지 칼라의 엷은 빛 조명이 켜져 있고, 촘촘한 하얀 모래 위에는 미라처럼 보여지는 예술가의 라이프 사이즈 조각물이 놓여있다. 야훼가 아브라함에게 미래를 약속하는 성경의 장면을 모티브로 가지고 온 이 작품은 축적된 시간을 거슬러 기억하게 만드는 소리, 빛, 냄새 등 전시 공간 내 배치되어 있는 다양한 감각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삶’과 죽음’에 대한 다양한 질문들을 던진다.
첨단기술로 인해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새로운 안드로이드는 이제 더 이상 멀지 않은 시일 내 우리의 삶에 깊숙하게 개입할 지도 모른다. 박관우의 이번 작품은 4차 산업혁명과 트랜스휴먼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이 시대에 인간의 존재와 물리적인 실체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작가의 새로운 시도로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미래로 연결되는 새로운 신체와 인간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지점을 함께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