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치 목록: 공간 내에서 시계방향으로> : 박관우 개인전 ‘이해할 수 없는 것들에 관하여’

글 황유미

 

 모든 것이 한번에 보이는 것 같은 이 장면을 이해할 수가 없어서, 물러나거나 깊숙이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말하자면 이것은, 너무나 분명하게 드러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불분명해진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 거리를 두고 바라볼 위치를 잡는 작업입니다.

 

전시장에 놓인 다섯 개의 장치들은 이러한 거리두기 방식을 고안하기 위해 제작되었습니다. 장치의 형상은 서로 다른 거리값을 보여주는 개념도이자 캡션입니다. 이들은 전시장 안으로 들어와 장면을 ‘바라보는’ 시선 안팎에서 반복하여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 때, 아래의 목록(A~F)을 따라 장치들 곳곳에 표시한 점들을 찾아보세요. 점이 어디에 어떤 크기로 들어있는지, 어떤 움직임을 하고 있는지, 예를 들어 왕복 운동, 깜박임, 아니면 장노출 사진처럼 긴 궤적을 남기고 있는지 살펴보세요. 이제 당신도 점이 되어 전시장 안을 걸어다닙니다. 이 지도를 한 손에 쥐고 점들을 그렸다가 지워도 보고, 또 연결하면서 여러가지 ‘거리’들의 지형을 맞춰볼 수 있을 것입니다.

A. 유리 벽에서 20m 가량 떨어진 이 길은 왕복 4차선 도로를 달리는 차량의 속도와 소음이 한 켠으로 비켜선 쪽이다. 사람들은 이 길을 대개 한 쪽에서 다른 한 쪽으로 넘어가는 통로로 걷는다. 따라서 얼굴들은 도로에 면한 건물들을 따라, 머무르지 않고 일정한 속도로 직진한다. 이 선상 위에 점을 하나 찍어 ‘멈추고’, ‘몸을 돌려’, 전시장을 ‘가까이 들여다본다.’

 

B. 전시장 전체의 장면이 장치의 원형 프레임 안에 담긴다. 위와 마찬가지로, 얼굴의 옆면이 전시장의 상을 스치며 안개 속으로 들어간다. 점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장면을 관통하여 사라진다.

 

C. 안개가 지운 자리와 거친 숨소리는 뿌옇고 커다란 덩어리로 묶인다. 이 덩어리의 양감은 평면에 가깝다. 그 가운데에서 서서히 관객과 장치들의 가장자리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당신의 윤곽도 그렇게 드러나고 있다. 해가 지고 나면 춤을 추는 남자가 나타날 것이다. 덩어리 안에서 멀리 던졌던 하나의 점은 안개를 뚫고 뒤늦게 나타날 남자의 숨 끝을 향해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고 있다. 

D. 검은 상자 속을 들여다본다. 좁은 슬릿을 통해 깊고 어두운 공간으로 들어온 흰 빛은 천장과 바닥을 뚫고 위아래로 한없이 뻗어있다. 그 직선의 한쪽 끝과 저쪽 끝을 향해 두 개의 점은 양쪽으로 끝없이 다가간다. 그리고 난 뒤, 한걸음 물러나 두 점이 갇혀 있는 상자에 점을 하나 더 찍고 바라본다.

E. 거울 속을 들여다보는 여자의 모습은 앞서 누군가가 보았던 장면의 잔상이면서, 복선이다.

F. 몸을 돌려 다시 원형 프레임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전시장으로 가득 찬 배경 속으로 걸어 들어갈 때,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의 형상은 점점 커진다. 아주 가까워져서 마침내 회전하는 프레임의 옆면을 발견할 수 있을 때까지. 그리고 이 면에 점을 하나 더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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